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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소니가 삼성전자에 뒤진 7가지 이유

Big Gun 2009.12.01 15:04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다.

2000년대 갓 들어섰을 때만 해도 소니는 여전히 세계 전자회사의 간판이었다. 나라마다 “소니 같은 회사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달고 다녔다. 우리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소니는 난공불락의 전자회사일 줄만 알았다.

그러나 어느 시점 삼성전자는 소니를 바짝 따라붙었고 2001년 순이익을 ‘하프’로 따돌리는 일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시간이 갈수록 두 회사의 격차는 벌어졌다. 일본 경제의 상징이던 소니가 삼성전자를 따라올 수 없는 이유들도 하나 둘씩 선명해지기 시작했다.이들은 크게 일곱 가지로 압축된다. 이를 뒤집으면 삼성전자가 소니를 앞서는 이유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01 내수 의존 너무 과했다

- 삼성전자는 수출드라이브 마케팅으로 글로벌 브랜드화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일본 경제의 내수 비중은 65%에 달한다. 한국은 30%가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구나 한국은 인구가 일본의 40%에도 못 미친다. 일본은 인구가 1억2700만여 명이다. 중국·인도·미국·인도네시아·브라질 등과 함께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인구 대국’이다.

국내에서만 제품을 잘 팔아도 상당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갖고 있다. 일본에 내수시장 경제체제가 확립된 것은 한국·베트남 전쟁 특수가 끝난 1970년대 이후였다. 일본은 1950~53년 한국전쟁 특수를 만나 패전 이후 맨손에서 전기·전자산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어 베트남 전쟁 특수는 일본을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완벽하게 굳혀줬다. 1950~70년대 가만히 앉아서 산업 기반을 일으키게 된 일본은 국민소득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91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미국·서유럽 국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신삥(新品, しんぴん·신상품)’이 쏟아질 때마다 소비자들은 열광했고, 기업들은 내수에서 확보한 에너지를 토대로 해외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브랜드 가치를 높여나갔다. 1979년 처음 등장한 소니 워크맨은 일본 전기·전자산업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신기(神器)’였다. 일본의 전기·전자제품 타운인 아키하바라의 명성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그러나 워크맨의 명성도, 아키하바라의 명성도 시들해진 지 오래다.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일본 내수시장이 침체하면서 일본 기업들의 활력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업체가 실지를 회복하기 위해선 해외시장 개척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수출 드라이브 마케팅 전략에서 출발했다. 내수 기반이 취약한 상태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출밖에 길이 없었던 것.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단초도 바로 여기에 있다.

02 경제 갈라파고스 현상에 멍든다

- 삼성전자는 세계시장 변화의 흐름에 기민 대응

일본에선 무엇이든 일본 내부에서만 인정받으면 만사형통이다. 현재 일본에는 한국의 휴대전화 단말기도 진출하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 등 3개사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저변을 확대 중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브랜드가 한국 제품이라는 것이지만 기술 표준도 장벽이다.

기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일본은 세계시장의 조류와 관계없이 일본시장의 특수한 사양을 고집한다. 휴대전화 한 대 안에 TV 시청은 물론 카메라 등 온갖 기능을 갖춘다. 그래서 일본에 진출하려면 일본시장 전용 휴대전화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박막형 휴대전화가 인기를 끌지만, 일본에서 온갖 기능을 모두 포함시키다 보니 휴대전화가 투박할 수밖에 없다.

제조 비용이 올라가고 휴대전화 가격도 비싸진다. 이렇게 독특한 일본 경제의 흐름을 일본에서는 ‘갈라파고스 현상’이라고 부른다. 남아메리카 동태평양에 있는 에콰도르령(領)의 이 섬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1000㎞가 떨어져 있다. 이곳의 동물들은 같은 종(種)임에도 아주 딴판으로 생긴 모양새를 갖고 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도 영향을 줬을 만큼 대륙과 격리된 채 내부에서만 진화되다 보니 모양새가 달라졌다고 생물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이런 갈라파고스화는 일본의 전자제품이 해외시장에 통용되지 않는 중대 원인으로 꼽힌다. 기능이 너무 뛰어난 고가의 제품을 제시하기 때문에 해외시장에서는 오히려 먹혀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상품 개발에 매달린 나머지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세계시장 변화의 흐름을 예민하게 캐치하고 유연하게 대응책을 내놓는다. 세계적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핵심도 바로 소비자의 추행에 맞춘 유연생산, 즉 프로슈머 아니던가?

03 신용 중시, 창의성 죽이는 조직 문화

- 경직적 상거래 관행 ‘스피드 경영’ 막았다!

일본 기업들은 신용을 중시한다. 한번 거래를 튼 상대방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준다. 서로 신뢰를 기반으로 협력하기 때문에 부품업체와의 대화가 활발해져 제품 개발력을 높이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거래처를 만드는 데는 아주 인색하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져와도 문전박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전자제품에 필수적인 세라믹 부품을 제조하는 교세라도 처음엔 고객 확보로 어려움을 겪었다. 기술력을 토대로 첨단 기술을 개발했지만 무명의 기업이란 이유로 일본 기업들로부터 외면당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진출해 브랜드 파워를 얻자 일본시장에 거꾸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렇게 경직적인 상거래 관행은 소니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의 ‘스피드 경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소니가 본격적으로 침체하기 시작한 것도 인터넷 보급에 따라 광속의 세계가 펼쳐진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였다. 애플사가 개발한 i포드는 소니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흔든 아이디어 상품이었다.

일본 기업과 상거래를 트려면 말단 직원에게 레터를 보낸 뒤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 뒤 담당 과장이 결정을 하는 데 며칠이 걸리고, 다시 부장이나 임원을 거치려면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린다. 거래 경험이 없거나 무명의 기업이라면 상담을 거절당하기 일쑤다. 조직이 내부적으로 안정돼 있지만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받아들여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산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소니의 대표 상품인 TV와 전략 상품인 게임기·MP3플레이어가 각각 삼성전자·닌텐도·애플 등에 밀린 것도 이런 일본식 조직문화가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워드 스트링거(67) 회장도 이런 조직문화 개선에 크게 애쓰고 있지만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04 독이 된 최고라는 자부심

- 경쟁자 없는 1등의 한계에 부닥쳐

일본에서는 전기·전자제품은 ‘일제가 최고’라는 인식이 뿌리깊다. 그러나 한국 상품이 상당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한국 상품에 대해서는 값은 싸지만 질이 낮은 2등 상품이라는 편견이 강하다. 이런 인식은 일본 기업들에 독이 되고 있다. 경쟁 기업을 한 수 아래로 보면서 상품력 강화 등 시장 변화의 기회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가 없다는 자부심이 삼성전자 등 한국 전자회사의 성장을 돕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경우 소니라는 이름의 벤치마킹 대상 기업이 분명하게 설정됐고, 나중에는 추격의 대상으로 삼아 쉼없이 앞을 향해 달렸다. 그리고 결국 소니를 멀찌감치 제쳤다.

05 기술력 맹신으로 마케팅 취약

- 이제 세계시장은 마케팅 전쟁터

도쿄대 세노오 겐이치로 교수는 최근 그의 저서 『기술력으로 이긴 일본이 왜 사업에서는 졌나』를 통해 기술력의 맹신이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분야에서 1만 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으로 돈을 버는 기업은 미국의 인텔과 삼성전자다.

일본은 획기적인 신제품도 잘 내놓는다. 액정 패널·DVD플레이어·카내비게이션·D램메모리는 모두 일본 기업이 세상에 빛을 보게 했다. 초기엔 시장 점유율이 80~100%에 달한다. 하지만 상용화되면 점유율은 20% 이하로 내려간다. 마케팅 전략 없이는 세계 경쟁에서 이길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06 큰 그림 못 그리는 경영전략

- 제품 개량에 심혈… 완벽주의가 성장 발목 잡아

일본 기업들은 제품 개량에 심혈을 기울인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문제점이 해결될 때까지 완벽한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일제는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고장이 나지 않고 기대하는 만큼의 성능을 발휘해 준다. 그러나 이것은 모델 개량에 불과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보다는 성능 개선에 매달리면서 한 단계 뛰어넘는 제품 개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워크맨이 i포드에 밀리고, 플레이스테이션이 닌텐도DS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런 면에서 닌텐도는 성공사례다. 100년 전 화투 제조에서 출발했으나 소비자 취향에 따라 꾸준히 진화해 오고 있다.

07 일제만 즐기는 소비자

- 소니의 기술 면역력 한계 도달…헝그리 정신도 소멸

일본은 1980년대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였다. 1985년에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달러당 260엔이던 엔화 환율이 급격히 80엔까지 올라갔다. 엔화 가치가 거의 3배 이상 강해지면서 일본은 수출에 비상이 걸렸지만 미국의 대일 무역역조는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일본 국민이 미제는 철저히 외면했기 때문이다.

내 땅에서 생산된 제품만 쓰겠다는 의미에서 ‘신토불이’라고 할 만한 현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소비자 행동은 일본 기업들의 면역력을 크게 저하시켰다. 소니의 TV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워크맨은 세계에 통용되는 발명품이라고 자부하면서 일본 기업의 헝그리 정신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김동호 중앙일보 도쿄특파원
Economist / 2009년 11월 17일 10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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