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BigGun's Blog

당신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본문

일요칼럼

당신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Big Gun 2014.01.12 23:21

이제는 자주 들어서 식상하게 느껴지는 예화 한 가지. 커다란 박물관을 짓고 있는 세 석공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첫 번째 석공이 화를 내며, '보면 모릅니까? 굶어 죽기 싫어서 돌을 나르고 있습니다.' 하고 대구 했다. 두 번째 석공은 '박물관을 짓고 있습니다. 아주 멋진 건물이 될 것 같네요.' 라고 했다. 세 번째 석공은 '미래의 인재를 키우고 있습니다.' 라고 했단다. 이런 얘기를 듣고 나면 첫 번째 석공의 어리석음과 편협함에 혀를 끌끌 차면서 나는 세 번째 석공 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하곤 한다.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들이 첫 번째 석공 처럼 일을 한다.

 

첫 번째 석공은 월급쟁이의 표상이다. 항상 '쥐꼬리 만한' 월급 탓을 하며, 가끔씩 친구들과 함께 기울이는 소주 한 잔의 쓴 맛으로 삶을 견뎌낸다.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일을 하는 것이고, 복권이라도 당첨 되는 날이면 바로 일을 그만두고 새 삶을 살 것이다. 두 번째 석공 정도만 되도 주변에서 비범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는다. 큰 그림을 볼 줄 알고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결과를 낼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비전을 갖고 있기에 크고 작은 시련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분명한 목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나간다.

 

많이 이들이 꿈꾸는 세 번째 석공의 모습은 실상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멋진 박물관을 완공하고 나면 많은 어린이들이 이 곳을 찾게 될 것이고, 그들이 그곳에서 배움을 얻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꿈을 갖고 일하는 세 번째 석공은 얼마나 보람차게 일을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다른 이들이 주어진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큰 비전을 고민한다는 점에서 대단하고 보통 비범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처음 냉장고 마케팅을 담당하게 되었을 때, 나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냉장고 매출을 높여서 M/S를 늘릴 수 있을까 였다. 전년비 몇 % 성장, 경쟁사비 몇 % 우위에 있는지가 하루하루의 관심이었다. 그러다 보니 판매가 잘 되지 않고 성장세가 감소하게 되었을 때 오는 실망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마도 첫 번째와 두 번째 석공 정도의 마인드로 일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의 핵심 기술은 식품을 오래, 그리고 싱싱하게 보관하는 것이다. 많은 식품을 보관한다는 점에서 냉장고 용량이 증가하는 것이고, 싱싱하게 보관하는 점에서 냉각성능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인류에게 있어 먹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다. 유명한 철학자는 '먹기 위해 사느냐, 살기 위해 먹느냐' 라는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그만큼 먹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치고 힘들 때 맛있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기분전환을 하고 다시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된 경험을 해본 이들은 엄청나게 많다. 이른바 '힐링 푸드', '푸드 테라피' 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렇게 중요한 음식을 오래 그리고 싱싱하게 보관해 주는 것이 냉장고이다. 그렇다면 냉장고는 인류행복 증진에 있어 어마어마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냉장고를 사람들에게 마케팅하는 나는 사람들의 삶에 행복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좋은 냉장고를 만든다는 것은 많은 이들의 삶에 더 나은 가치를 제안하고 선물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이 결과 내가 하는 일은 단순히 냉장고를 판매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행복 전도사', 'Value Creater'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내가 이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바뀌게 되었다. 매출액을 높이고 M/S를 늘리려는 것이 궁극의 목표가 아니라, 인류 행복 증진 이라는 엄청난 '대의'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던 일이 많이 변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석공과 세 번째 석공의 하는 일이 비슷했던 것처럼. 하지만 내가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바꼈다는 것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을 때, 머리를 긁적이며 '냉장고 마케팅하고 있어'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좋은 삶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세 번째 석공의 경지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년 중 많은 날은 나 또한 첫 번째 석공처럼 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고 두 번째 석공 정도의 마인드셋을 갖추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다가 세 번째 석공에 대한 경의를 느끼며,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마음 속 깊이 다짐해본다.

 

사람은 말하는대로 그리고 쓰는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 결심을 머리속으로 하는 것과 직접 글로 쓰고 입으로 읽은 경우의 차이가 엄청나다는 조사를 본 적이 있다.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찾아보자.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소 민망하기도 하고 닭살 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내가 하는 일, 업의 가치를 찾고 그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겨보자. 글로 쓰고 입으로 시인해 보자. 나도 나의 일을 기회가 될 때마다 친구들 모임에서 얘기를 하곤 한다. 처음에는 민망하기도 했지만, 자주 얘기하다보니 이런 얘기를 할 때 마다 내가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느낌, 자부심, 뿌듯함이 다음 단계의 성장을 리드하는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당신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일요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 어학연수의 추억  (0) 2014.01.19
당신은 과연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0) 2014.01.12
멀리서 바라보기  (0) 2014.01.05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