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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칼럼

영국 어학연수의 추억

Big Gun 2014.01.19 23:58

나는 2008년 4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10개월간 영국 본머스(Bournemouth)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본머스는 런던을 중심으로 봤을 때 남쪽에 위치해 있고 자동차로 2시간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한적한 해안도시다. 우리나라로 치면 대천이나 안면도 정도의 느낌인 것 같다. 인구는 30만 정도이고, '시(City)'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람들이 분산되어 살고 있기 때문에 조용한 마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본머스의 자랑은 1.5km 정도의 길고 넓은 해안이다. 영국지명에서 'Mouth'가 들어간 것은 '마우스'라고 읽지 않고 '머스'라고 발음하지만, 뜻은 '마우스(입)'와 비슷하다. 해안이 입처럼 들어간 곳을 '머스'라고 부른다. 영국에서도 본머스 처럼 긴 해변은 많지 않기 때문에 7, 8월 날씨가 진짜 좋은 날, 본머스 인구 만큼 외지인들이 해수욕을 하러 몰려왔을 때에는 이 작은 도시가 전국방송에 나오는 일도 있다. 내가 있었던 2008년 여름은 날씨가 정말 이상해서 4월엔 눈이 내리고 5월부터 날씨가 풀어져 6월에 절정을 보이더니만 7월부터 계속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8월 중순 쯤에 딱 한주 주말 날씨가 좋았는데, 이 날 10만명 넘는 사람들이 본머스 해변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정작 나는 방에서 뉴스를 통해 그 소식을 보긴 했지만 말이다.

 

 

 

 

 

영국에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런던에 있었던 줄 알거나, 최소한 옥스포드나 캠브리지 같은 대학도시에 있었을 거라고 추측한다. 내가 본머스에 있엇다고 하면 상대방은 거기가 어딘지 물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표정을 짓는다. 사실 본머스는 영국 내에서도 그리 비중있는 도시는 아니다. 일례로 전국 일기예보를 할 때 본머스는 지표에 표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같은 주요 광역도시나 도청소재지 혹은 지리적으로 중요한 지역을 보여준다. 그러다 각 지역별로 확대를 하게 되었을 때나, 이를테면 영남권을 확대하게 되면 부산을 비롯해서 울산, 마산, 거제 같은 주변 도시도 나온다. 영국지도에서도 남부지역을 대표하는 도시는 브라이튼(이곳은 자갈해변과 게이축제로 유명한 도시다.)이다. 브라이튼을 중심으로 남부지역을 확대해 주어야지만 본머스가 나오고 그것도 아주 짧게 지나간다. 본머스에는 유명한 축구팀도 없다. 어학원 선생님에 의하면 수 십년전에는 AFC본머스라는 유명한 팀이 있었고 전국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하지만, 지금은 정확히 말하면 2008년 당시에는 그저그런 팀에 불과했고,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려면 사우스햄튼이라는 근처 도시로 원정을 가야만 했다.

 

하지만 영국사람들에게 있어 본머스는 '의미있는' 도시이기는 하다. 일단 본머스의 자랑은 단연코 날씨이다.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영국 남단에 위치한 해안도시 이기에 상대적으로 영국에서 가장 온화한 도시로 유명하다. 그래서 본머스에 많은 것이 고급 양로원이다.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은퇴를 한 영국의 부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날씨 좋은 본머스에 와서 지낸다고 한다. 양로원 주차장에는 포르셰 같은 고급 스포츠카가 늘어서 있고, 양로원 시설도 호텔 못지 않다. 두번째로 바닷가를 중심으로 호텔과 컨벤션 센터가 쭉 들어서 있다. 회사에서 워크샵을 하거나 행사를 할 때 날씨 좋은 본머스로 몰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한적한 해안도시와 안 어울리게 온갖 종류의 브랜드가 입점한 쇼핑센터가 도심에 길에 늘어서 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쇼핑을 하러 주변 도시에 까지 나가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이 있었다. 이런 까닭에 영국 사람들이 총각파티나 처녀파티를 할 때 찾는 곳이 본머스이다. 이른바 '놀기 좋은 곳'이기에 복잡한 도시에서 떨어진 본머스로 단체로 내려와서 밤새로록 파티하고 술마시면서 일탈을 한다. 그리고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자신들의 본거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뉴스를 보면 외부사람들이 난리를 치고간 현장이 종종 등장하곤 했다.

 

이 정도 설명을 하고 나면, 왜 내가 본머스에서 어학연수를 했는지 그리고 알고보면 영국 어학연수 도시 중 런던에 이어 두번째로 한국학생들이 많이 가는 곳이 본머스인지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셜록홈즈나 영국 올림픽을 보고 런던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은 무조건 런던이라고 하겠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면 런던은 며칠만 관광을 하면 그만이고 일년정도 머문다고 할 때 날씨도 좋고 살기 편하고 한적한 해안도시 만한 곳이 없다. 영국사람 앞에서는 '음식'과 '날씨' 얘기는 하는게 아니다. 말을 꺼내면 별로 표정이 안좋다. 그런 나라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본머스는 분명 매력적인 어학연수지다. 이런 매력은 비단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만 어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영국에 어학연수를 오는 인근 유럽국가나 중남미, 중동지역의 학생들에게도 본머스는 선호지역이다. 그래서 본머스에는 수십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어학교가 여럿 있다. 단순히 '영어학원'으로 보기힘든 전통과, 뛰어난 교수진,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학비도 비싸다.

 

내가 영국에 10개월간 지내면서 총 들어간 비용은 3천만원 정도이다. 그 중에서 어학교에 지불한 액수가 1천5백만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것도 9개월 36주 프로그램에 말이다. 1주일에 45만원씩 낸 셈이다. 한 달 생활비로는 백만원 정도를 썼는데, 그 중에 60만원은 방세로 썼다. 커다란 방하나가 전부고 화장실, 부엌은 다른 세입자와 나눠쓰는 형태였는데도 말이다. 영국물가는 우리나라의 2배 정도가 되어서 나머지 40만원도 실상은 20만원 정도의 가치였다. 한달 동안 먹고 쓰고 하는데에 20만원으로 해야 했으니 많이 부족한 생활이긴 했다. 그리고 간간히 유럽여행을 다녔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같은 주변국와 스코틀랜드를 비롯한 영국 내 도시들 여행이었다. 잠을 잘 때는 한국민박을 주로 이용했고, 맥도널드가 공식 식당이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영국에 살면서 아쉬운 것은 영국의 상징인 검정 택시를 많이 타보지 않았다는 것이고, 어디 놀러가서 커피 한 잔 마음편히 사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많은 나라를 여행하지 못했던 것이다.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 같은 곳에는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오늘 어머니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그 때 돈이 조금더 들더라도 터키, 이집트 같은 곳 여행을 더 했어야 했다는 말을 꺼냈다. 지금은 가고 싶어도 시간이 없고 돈도 많이 드는데, 그 때 당시에는 1, 2백만원만 보태면 다녀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근데 어머니는 그 때 내 용돈을 보내주기 위해 금반지까지 팔았다는 얘기를 하셨다. 순간 정말 철없는 얘기를 꺼냈다는 생각에 머리가 띵했다. 그래서 '엄마 결혼반지'까지 팔아서 다녀온 영국 이야기는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한 번 더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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